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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어떤 일에서 추상적이고 거창한 이론을 좋아하십니까? 아니면 작지만 구체적이고 실리적인 것을 좋아하십니까? 천상의 별을 쫓으며 살아가시는 편입니까? 아니면 질퍽한 대지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시는 편입니까? 달리 말하면 이런 질문이 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은 이상주의자이십니까? 아니면 현실주의자이십니까? 대답을 잠시 망설이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단번에 나는 현실주의자다 나는 이상주의자다라고 대답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오늘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열하일기

    열하일기 개요 및 저자 박지원에 대해

    열하일기는 제목만 봐서는 글자 그대로 일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실은 박지원이 청나라 건륭제의 생일을 축하하려는 조선사절단에 끼어 중국을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을 기록한 기행문입니다. 열하는 중국 황제의 여름 별궁을 의미합니다. 박지원은 1780년 6월 말에 출발하여 10월 말에 조선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니까 넉 달 남짓 여행한 셈입니다. 그는 청나라의 문물을 보고는 조선도 청나라처럼 발전하려면 고리타분한 사고를 버리고 합리적이 되어 외국의 기술 문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열하일기(熱河日記)는 18세기 중국으로의 여정을 치밀하게 기록한 여행기입니다. 조선시대의 저명한 학자이자 문인인 박지원은 여행 중 겪은 경험과 관찰, 성찰을 심도 있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일기는 중국의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측면을 풍부하게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며, 당시 동아시아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박지원은 중국으로 외교사절을 떠나 한국에서 만주를 거쳐 베이징을 거쳐 청나라 황제들의 여름 별장에 도착합니다. 그의 일기는 여행 준비 과정, 이동 경로, 길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에 대한 첫인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시작됩니다. 박지원의 일기는 관찰과 성찰, 통찰이 풍부하게 담겨 있으며, 18세기 중국 여행의 정수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문화 관행, 정치 체제, 사회 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통해 한국과 중국의 격차를 해소하는 귀중한 역사적 기록을 제공합니다.

    조약돌에서 발견한 실학사상

    박지원은 당시 전통적인 유학의 명제를 뒤집으며 백성의 풍요가 선행되어야 사람 사이에 윤리가 바로 선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선비들이 현실에서 눈을 돌린 채 무익한 공리공담과 사변적인 논리에 빠져 있는 것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그의 이런 생각은 하늘에 대한 생각에서 쉽게 엿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 털끝같이 작은 물건도 모두 하늘이 내지 않은 것이 없다고들 한다. 하늘이란 형체로 말한다면 천이요 중심이 되는 것으로 말한다면 상대요 묘한 작용으로 말한다면 신이라고 말하니 그 호칭이 너무 난잡하다. 나는 대체 모르겠다. 하늘이 컴컴하고 뽀얗게 자욱한 곳에서 과연 어떤 물건을 만들었다는 것인지, 그러면서 중국에서 자신이 보고 온 것에 대해 이렇게 말문을 엽니다. 중국을 구경하고 다른 사람들은 무엇이 장관이라고 떠들지만 내가 본 것은 깨진 기왓조각과 길에 버려진 조약돌이다. 그것을 실생활에 활용하여 담을 쌓고 집을 보수하는 것이 내가 본 모습이다. 참으로 놀랍고 정신이 번쩍 드는 구절이 아닙니까? 지금까지 중국을 구경하고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으리으리한 궁궐, 높은 무가, 화려한 사찰, 지평선밖에 보이지 않는 드넓은 들판 따위를 장관이라고 꼽았습니다. 그러나 박지원은 엉뚱하게도 깨어진 기아 조각과 길거리에 버려져 나뒹구는 조약돌을 실생활에 활용하는 모습을 중국의 장관이라고 말합니다.

    이론보다 구체적인 실천을 강조

    박지원은 조선으로 돌아와 중국에서 본 바퀴 달린 수레의 도입을 건의합니다. 그러나 조선은 산과 계곡이 많아 수레를 쓰기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변명이 쏟아집니다. 이에 박지원은 나라에서 수레를 이용하지 않으니 길을 닦지 않은 것이요, 수레만 쓰게 되면 길은 저절로 닦일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시도해 보지도 않고 먼저 포기하는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1970년대 우리나라 상황과 견주어보면 어떨까요? 당시에는 자동차는 있었지만 차가 다니는 도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도로를 내기 위해 터널을 뚫고 고속도로망을 확보하게 됩니다. 덕분에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었습니다. 박지원은 수레를 단순한 교통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았고,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도로망 건설 등 국가의 전면적인 발전 방향을 꿰뚫어 본 실질적인 사상가였던 것입니다. 박지원은 눈앞의 일 속에 참된 정치가 있거늘 어쩌자고 머나먼 옛날에서 그것을 찾으려고 하는가라고 현실에 집중하는 삶을 강조합니다. 열하일기가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이렇게 당대의 현실에 대한 철저한 고민과 의식이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고민들은 뜬구름 잡는 식의 공허한 이론이 아니라 바로 실질적인 것,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체면과 명분, 인습적 사고, 사람들의 시선, 그런 것들을 과감히 던져버렸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혹시 남들 눈에 잘 보이려고 자신의 체면이 깎일까 봐 여러분의 진정한 행복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체면이나 명분보다는 실리, 탁상공론보다는 구체적인 실천에 더욱 주력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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