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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성과 감성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요.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이성일까요 아니면 감성일까요. 오늘은 조선 중기에 활약한 유학자 퇴계 이황의 시문집 퇴계집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퇴계 이황의 삶과 주요 저서
퇴계 이황의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어머니인 박 씨의 노력이 컸습니다. 이황이 태어난 지 7달 만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납니다. 어머니 박 씨는 농사일과 길쌈, 누에치기로 가난한 살림을 꾸려가면서 8명이나 되는 자녀를 키웠습니다. 어머니는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식들을 앞에 불러놓고 너희들은 아버지가 계시지 아니하므로 남의 집 아이들과는 달라서 공부만 잘해서는 안 된다. 공부를 남보다 잘해야 할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행실을 각별히 삼가야 한다고 자주 타일렀습니다. 퇴계는 6살 때 이웃 노인에게 처음 천자문을 배웠습니다. 그 뒤로 관직에 있던 숙부에게 논어를 배웠고, 숙부가 안동부사로 재직하다 사망하자 퇴계는 스승 없이 혼자서 공부했습니다. 덕분에 퇴계는 자기 힘으로 연구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었는데, 옛 성현의 글이라도 의심을 품고 파고드는 지독한 학문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입니다. 퇴계는 28살 때 진사시에 합격한 뒤 34살 때는 문과에 급제하여 승무원 부정자의 벼슬에 올랐습니다. 홍문관 수찬을 비롯하여 충청도 단양군수, 홍문관 부제학, 성균관 대사성, 공조 참판, 예조 판서 등을 중지했지만 벼슬은 언제나 그에게 팔 맞지 않는 옷처럼 거추장스러웠습니다. 고향에 돌아온 퇴계는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 서원의 편액과 서적을 청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을 만들었습니다. 후진을 양성하는 한편 저술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아 주자서절요, 자성록, 성학십도 같은 한국 유학 사상사에서 굵직한 책을 읽은 책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퇴계집의 주요 내용 : 감성과 이성의 균형
퇴계의 저술 중에서도 퇴계집은 가장 유명합니다. 퇴계가 쓴 글들을 제자 조목이 수집하여 1599년 도산서원에서 간행했습니다. 퇴계가 생전에 지은 시와 서한문을 중심으로 원집 45번에 별집 1번, 속집 8번, 연보 3권, 언행록 6번으로 되어 있습니다, 퇴계집이 오늘날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당시 기존 주류에서 벗어나 새로운 학설을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퇴계는 주자의 주리론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주자는 우주의 현상을 이와 기로 나누어 이원적으로 설명하면서 어디까지나 기보다는 이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이는 요즘 말로 이성에 해당하고 기는 감성에 해당한다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주자는 감성과 이성이 대립하는 개념으로 감성보다는 이성의 손을 들어주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퇴계는 이유와 기가 서로 다르면서도 상호 의존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새로운 관점의 논리를 펼칩니다. 이 없이 기가 없고 기 없이 이도 없다는 것입니다. 기가 발하면 마찬가지로 이도 함께 발한다 즉 이기호발설을 주장했던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퇴계는 사단칠정론에 대해서도 새로운 견해를 제시합니다. 사단이란 맹자가 인간의 착한 본성의 발현으로 생각한 측은, 수오, 사양, 시비의 네 가지 마음을 말하고, 칠정은 중국 고대 육아 경전인 오경의 하나인 얘기에 나오는 희, 노, 애, 구, 애, 오, 욕의 7가지 인간의 감정을 가리킵니다. 그에게는 사단은 이가 발현한 것이고, 칠정은 기가 발현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이기호발설과 사단칠정론에 뿌리를 둔 퇴계의 심성론은 한마디로 감성적인 욕구와 합리적인 이성이 균형을 이루는 데 있습니다.
현대인에게 주는 교훈, 감성의 중요성 강조
당시 주류 사조는 서양의 근대 합리주의와 과학과 기술의 영향을 받아 지나치게 이성을 숭배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성이면 이 세상에서 해결하지 못할 것이 없는 것처럼 말하기도 했습니다. 퇴계는 탁월한 성리학자이면서도 우리나라 학자 중 최초로 감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퇴계가 이렇게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아주 새롭고도 혁신적이었습니다. 퇴계는 사람이 이성만을 중시하고 살아간다면 인간 생활은 인정도 애정도 없는 삭막한 세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감성만으로 살아간다면 도덕과 질서가 무너지는 세상이 될 것이기에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통해 삶을 지혜롭게 운영해야 한다고 밝힙니다. 빠르게 변화하고 종종 스트레스를 받는 오늘날의 세상에서는 이성과 감정의 균형을 맞추는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퇴계가 이와 기의 조화를 강조한 것은 현대 심리학자들이 감성 지능이라고 부르는 것의 옛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감성지능이란 자신의 감정은 물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리하여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퇴계의 철학은 감정이 강력하고 때로 압도적일지라도 억압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이해하고 조절해야 한다는 점을 가르쳐 줍니다. 퇴계의 접근 방식을 이해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개인은 더 나은 정서적 회복력을 개발하고 개인적 및 직업적 맥락에서 더 균형 잡히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불과 얼음처럼 서로 대립하고 상충하는 로고스와 파토스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을 찾으려고 한 퇴계의 생각은 참으로 선각자적인 표현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코펜하겐의 미래문제연구소 소장인 롤프 엔센은 정보화 사회 이후에 도래할 미래 사회의 모습을 드림 소사이어티, 즉 꿈의 사회로 규정짓습니다. 드림 소사이어티에서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상품이 담긴 꿈이나 이야기를 합니다. 이렇게 꿈이나 이야기를 파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인간의 감성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먼 옛날 퇴계가 이야기한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여러분도 실천해 보시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