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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학이나 드라마를 보면 독립적이고 당당한 여성들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주인공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헨릭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이 그 시초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극작가 입센의 작품세계
노르웨이 극작가 입센은 1828년 3월 노르웨이의 작은 항구 도시 스키엔에서 비교적 부유한 목재상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1864년부터 28년간 페르귄트, 인형의 집, 유령, 인민의 적 등 많은 작품을 집결하였지요. 힘차고 직설적인 그의 작품들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유럽에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작가로서의 임무와 관련하여 이제는 나는 물음을 던질 뿐이다. 내 임무는 답을 주는 데 있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그는 근대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끊임없이 물음을 던진 작가였습니다. 입센의 작품 가운데서도 인형의 집은 극작가로서의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육필 원고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여성은 현대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제대로 구실을 할 수 없다. 현대 사회는 전적으로 남성 중심, 남성의 관점에서만 여성의 행동을 판단한다며 처음부터 인형의 집을 통해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를 비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현대 연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헨리크 입센은 현실감 있고 생각을 자극하는 연극으로 연극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그의 많은 작품 가운데 인형의 집은 사회 규범에 도전하고 성 불평등과 여성 예속 문제를 다룬 획기적인 작품으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인형의 집은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직면한 투쟁과 자아 발견과 해방을 향한 여정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인형의 집의 스토리
8년 차 가정주부 노라 헬머는 변호사를 하다가 은행 간부가 된 남편 토르발드 헬모와 결혼하여 세 자녀를 낳고 평범하게 살아갑니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을 하고 저축을 하고 자신을 치장합니다. 남편은 이런 노라를 두고 노래하는 종달새, 귀엽고 작은 다람쥐, 귀여운 낭비자라고 부릅니다. 작품 전반부에서 노라는 전형적인 전통 여성의 모습입니다. 남편에게 순수하고 가정에 충실하며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자신의 생각 자체가 없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작품 제목처럼 인형의 집에서 인형처럼 살아갈 뿐입니다. 그런데 후반부에서 노라의 이런 모습은 완전히 바뀝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노라는 아픈 남편의 요양비를 마련하기 위해 친정아버지의 서명을 위조하여 그로슈타트라는 은행원에게 돈을 빌린다. 완쾌한 남편이 다시 일터로 복귀하자 노라는 남편이 주는 생활비를 아껴 남편 몰래 그 돈을 갚아 나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은행장이 된 토르발드가 그로슈타트의 불법 대출을 문제 삼아 해고하려 하자 그로슈타트는 모든 사실을 토르발드에게 말합니다. 자신을 해고하면 이 사실을 경찰에 넘기겠다고 협박하면서 말입니다. 이에 토르발드는 노라에게 배신자라며 욕설을 퍼붓습니다. 병 치료를 위해 돈이 필요했다는 노라의 변명은 전혀 들어주지도 않고 말입니다. 그러던 중 그로슈타트가 마음을 바꿔 차용 증명서를 토르발드에게 돌려주며 사과합니다. 그러자 토르발드의 태도는 다시 돌변합니다. 예전에 다정한 호칭으로 노라를 부르며 노라의 감정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모든 일이 잘 되었다고 말합니다. 프로발 드는 자신의 체면만을 중시할 뿐 노라의 감정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노라는 지난 8년 동안 자신이 이방인으로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런 남편과 결혼 생활을 계속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합니다. 한 남자의 아내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는 내면의 정체성을 발견한 것입니다. 노라는 "저는 떳떳한 인간이에요. 세상을 올바르게 알기 위해 혼자 독립하지 않으면 안 돼요. 그러니 더 이상 당신 곁에 있을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며 남편 곁을 떠나기로 합니다.
이 작품의 의의, 이후 독립적인 신여성들의 성장에 기여
마지막 장면에서 노라는 결혼반지와 집 열쇠를 남편에게 돌려준 뒤 쾅하고 문을 세게 닫고 집을 나갑니다. 이 쾅 소리에 놀라 서구 남성들은 비로소 남성 중심주의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인형의 집'은 여성을 가두고 억압하는 가부장적 구조를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극의 주인공인 노라 헬머는 처음에는 전형적인 19세기 아내로 등장하는데, 겉으로는 그녀의 가사 역할에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노라의 명랑한 외관에는 깊은 함정과 불만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분명해집니다. 자아실현과 독립을 향한 그녀의 여정은 여성의 삶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오히려 여성의 삶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노라의 각성을 통해 입센은 여성을 단순한 미의 대상이자 가정의 관리인으로 축소시키는 가부장적 규범의 허울과 위선을 폭로합니다. 연극이 끝날 때 남편과 아이들을 떠나기로 한 노라의 결정은 그녀의 자율성과 자존심에 대한 급진적인 주장이며, 관객에게 전통적인 성 역할과 성취와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도록 도전합니다.이 작품이 발표되자 세상 사람들은 작품을 비난했습니다. 당시 정서로서는 남편을 떠나 집을 나온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신 여성들의 이상이 되었고 그들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여성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인형의 집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 그 역할을 완벽히 행하고 있는 여성들의 권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