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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께서는 타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타자는 일반적으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의미하며 영어로는 디 아더(The other)입니다. 타자가 동일자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 사용될 때에는 강자한테 억압받는 존재를 두루 일컫는 말로 사용됩니다. 가부장 질서에서의 여성은 남성의 타자이고, 제3세계는 제1세계의 타자이며 자연은 인간의 타자이고 이런 식입니다. 오늘은 체코의 망명 작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살펴보고 타자 윤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주제
작가 밀란 쿤데라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고국 체코에서 쫓겨나 프랑스 파리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적 깊이, 과감한 실험정신, 서정성, 탁월한 언어 구사, 위트와 유머 등에서 그를 따를 만한 현대 작가는 별로 없는 듯합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쿤데라가 1984년 발표한 작품으로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1980년대 소설 베스트 10위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개인을 억압하고 개인의 창조성을 말살하는 절대 권력에 대한 비판, 그리고 타자에 대한 배려가 이 작품의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소설은 가벼움과 무게라는 철학적 개념을 탐구하면서 인간 존재에 대해 심오하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1960년대 체코슬로바키아의 정치적 혼란을 배경으로 네 명의 주인공인 토마스,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의 삶과 그들의 얽힌 관계를 조명합니다. 소설은 수많은 주제를 다루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주제 중 하나는 사랑, 불륜, 의미 탐색에 대한 등장인물의 투쟁을 통해 나타나는 타인에 대한 배려의 개념입니다. 이 소설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는 등장인물의 개인적인 여정과 상호작용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주제는 사랑과 불륜, 정치적 참여, 진정성 추구 등 여러 차원을 통해 분석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소설은 단순히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내리는 선택과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깊은 고찰입니다. 개인주의가 공동체의 책임과 종종 충돌하는 세상에서 쿤데라의 소설은 우리가 어떻게 윤리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섬세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소설은 등장인물의 경험을 통해 공감, 책임감,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의무 사이의 균형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소설의 개요, 등장인물 소개
작품은 1968년 체코의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젊은 의사 토마스와 시골 처녀 테레사의 사랑과 삶을 다룹니다. 유명한 외과 의사인 토마스는 주간지에 공산당 간부를 비난하는 글을 쓰고 자신의 입장을 끝까지 철회하지 않아 병원에서 쫓겨납니다. 시골 병원으로 좌천되었다가 의사직을 그만두고 유리창 청소부로 일하기도 하고, 급기야는 시골의 집단 농장에서 트랙터 운전기사로 일하기도 합니다. 그의 아내 테레사는 집단 농장의 가축을 돌보는 신세로 전락합니다. 이처럼 이 소설은 절대적인 정치권력 앞에서 한 개인이 얼마나 무력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아무런 자유 의지를 행사하지 못하고 다만 권력가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며 살아갈 뿐입니다. 물 위에 떠도는 부평초처럼 이 직업, 저 직업 전전하며 체코 전역을 떠돕니다. 그러다가 결국 그들은 교통사고를 당하며 사망합니다. 이 소설에는 토마스와 테레사 말고도 사비나와 프란츠라는 또 다른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사중주 음처럼 이 네 인물들은 서로 다른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사비나와 프란츠도 타자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화가인 사비나는 이 무렵 사회주의 국가의 공식 노선인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거부한 채 실험성 깊은 전위적인 작품을 창작하다가 당연히 그녀의 예술은 체코에서 배척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점에서는 사비나의 애인 프란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오스트리아 한 대학의 언어학 교수로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이상주의자인 그는 권력에 맞서 싸우다가 시위 도중에 불의에 사망합니다. 사비나와 프란츠도 역시 주변인으로 살고 있는 타자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사점, 타자에 대한 배려의 중요성
또 이 작품에서 쿤데라는 동물들을 인간의 타자로 강조하는 태도에 강한 반기를 듭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인간 못지않게 소중하고, 설령 인간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무언가를 타자로 만들 특권은 없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 점과 관련하여 쿤데라는 서양의 두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와 프리드리히 니체를 언급합니다. 서양 근대 과학의 처음 이론적 불을 지핀 데카르트는 동물은 기계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젖소를 두고 젖 짜는 기계라고까지 말했습니다. 한편 서양철학에서 19세기의 이단아라고 할 니체는 마부한테 채찍을 맞고 있는 말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쿤데라는 작품 속 화자의 입을 빌려 데카르트와 니체의 상반된 의견을 언급하면서 데카르트보다는 니체에게 손을 들어줍니다. 동물도 인간 못지않게 그 나름대로 존재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타자이십니까. 아니면 동일자이십니까. 우리는 누구의 타자이면서 동시에 동일자로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우리도 타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언제나 동일자일 것처럼 타자를 무시하고 억압하기도 합니다. 상대를 타자가 아닌 동반자로 생각하는 상생의 윤리가 우리 인생에 꼭 필요한 것입니다. 타자를 배려하는 윤리는 개인은 물론 기업 경영, 궁극적으로는 사회와 국가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것일 것입니다. 진정한 선진은 앞설 선 자 선진이 아니라 착할 선 자 선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의 철학적 토대는 가벼움과 무게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전자는 책임이 없는 평온한 존재를 나타내고, 후자는 의미와 의무가 있는 삶을 상징합니다. 인물들의 삶에 담긴 가벼움과 무게 사이의 긴장감은 남을 배려하며 진정성 있게 살아가는 데 섬세한 균형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급격한 변화와 복잡한 사회적 역동성이 특징인 시대에 쿤데라의 소설은 우리의 행동과 결정에서 다른 사람을 고려하는 것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줍니다. 공감을 키우고 개인과 공동체의 필요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도덕적 정직성을 유지함으로써 우리는 모든 개인의 상호 연결성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는 사회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훈을 통해서 우리는 윤리적 공존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공존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소중히 여겨지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